내가 너에게 가면을 읽고 든 생각과 느낌
솔직히 이 소설은 별 기대하지 않고 골랐었다.
도서관에서 표지가 유난히 반짝거려서 고르게 된 소설이었다.
작가나 스토리에 대한 내용도 사전에 하나도 모르고 골랐던 책임에도
나에게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설재인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이 작품을 읽고
다른 작품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토리는 다소 진부하게 느낄 만한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일정 부분 신선함을 더해서 줄거리 자체가 지루하지 않았다.
저승사자를 만나는 것과 귀신을 보는 내용을 추가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에 신선함을 더해준 점이 그 부분이다.
매끄러운 스토리 라인과 적절히 들어간 비유 등은 내가 소설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인물 간의 갈등이나 관계도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 듯 보였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고 있으면 깊은 의미를 가졌다는 생각을 책을 읽고 나서 하게 되었다.
- 인상 깊었던 대사
그러나 따지고 보면 원칙이란 얼마나 다양하고 또 얼마나 유연해야 하는 것일까.
성주가 지금껏 오해받고 상처받았던 모든 상황은 타인이 자신의 원칙을 성주에게 멋대로 갔다 대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들은 아니었나.
피 안 섞인 사람들끼리는 가족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여자라면 응당 이래야만 한다는 원칙.
타인과 둥글둥글 잘 지내며 살갑게 굴어야만 사람 구실을 하는 거라는 원칙.
임용 고사를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을 선생님이라 칭해선 안 된다는 원칙.
그 외에도 많은 원칙,
원칙들.
성주는 한 번도 제 원칙을 남에 대한 잣대로 쓴 적은 없지만,
자신만의 동굴에서 가끔 나와 도연과 해를 쬐며 산책을 하고 싶어 하는
자신은 이전의 고성주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현재의 고성주에게는 이전의 원칙을 들이대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이 소설은 정해진 원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원칙은 누가 정했을까?
신일까? 인간일까?
심신경을 보면 본래 선악이 없다고 한다.
절대 계에서는 선악이 없다. 하지만 현상계에 들어오게 되면 선악을 구분 짓게 되는데
이것이 재미있는 점이다. 성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선을 긋는다.
이런 사람과는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과는 이래서 안 된다는 여러 원칙을
사회의 기준으로 내세운다. 어쩌면 자신만의 기준으로 내세운 기준이다.
기준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살아온 환경, 생각, 상황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사회의 문제는 모두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아니 자그마한 관계들도 이런 것들로
인해 문제가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며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이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것들을 정확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성인이었고 철학자들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남에게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확실한 명제이다. 나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인 셈이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자책하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유연한 생각과 말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면 우리도 거듭 성장할 수 있다.
사람에게 데어도 보고 상황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내가 어릴 적 일본 여행을 가서 들었던 말이 있다.
부모님들은 아이를 키울 때 항상 아이의 주변상황을 주의 깊게 본다.
그리고 이런 말들을 한다.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
그런데 일본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네가 나쁜 아이가 되지 말라””
별거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차이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남을 바라보는지 나를 바라보는지의 차이는 천양지차이다.
이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포인트이다.
나를 바꾼다면 모든 것들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나 남을 바꾸려고 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한 원칙도 마찬가지다.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부드럽고 친절하며 강한 자의 유연함은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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