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든 생각
미치오 슈스케는 문학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일본인 작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번역본일 텐데 엄청 잘 읽혔다.
내가 가장 가독성이 높은 소설가를 뽑으라고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뽑는다.
그렇다면 그에 버금가는 느낌이 들 정도 가독성이 좋았다.
내가 컨디션이 좋아서 잘 읽힌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너무 잘 읽혀서 깜짝 놀랐다.
사건의 전개나 중간중간 유머 있는 문장들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계속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중고상점을 운영하는
가사사기와 히구라시 그리고 나미에게
여러 가지 사건들이 펼쳐진다.
사건들에 대해 엉뚱한 추리를 하는 가사사기와
이에 놀라는 나미는 그 와중에 귀엽게 느껴진다.
히구라시는 이런 사건들의 전말 파헤치기 위해서
가사사기에게 거짓 증거물들을 일부러 놓아둔다.
스토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순으로 진행된다.
추리와 유머를 오가는 스토리 진행 방식은 내가 너무 좋게 읽었다.
그리고 인물들간에 이어져 있는 관계 속에서의
감동코드 나의 코를 찡긋하게 만들었다.
문장 문장마다 느껴지는 인물묘사는 재미있게 느껴졌고
소설에 빠져들었다. 재밌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좋았고 히구라시가 마지막에 모든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열린 결말로 이야기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사건들을 계속해서
풀어내가는 면에서 흥미진진함을 느꼈다.
가사사기의 엉뚱한 추리에 이어 나오는
히구라시의 정확한 추리는 재미를 더했다.
히구라시가 말하는 부분과 말하지 않는 부분은 우리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가끔은 말하지 않는 위로가 더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히구라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말하지 않고 공감했던 것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말하지 않은 부분들을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다른 상상력을 펼치게 했을 것이다.
히구라시와 반대인 캐릭터인 가사사기는 히구라시와 다르게 타인을 위로한다.
가사사기는 무슨 일이든지 자신이 나서서 해결하려는 오지랖을 부린다.
그 오지랖이 엉뚱한 추리로 이어져서 웃음을 자아낸다.
오지랖은 타인에게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상대편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것이다. 그런데 가사사기의 말과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밉지 않았다. 사건을 정확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의 노력으로 생각되었다.
나미는 히구라시가 모든 사건을 해결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가사사기의 엉뚱한 추리에 재밌는 반응을 보여준다.
어린 나이에 비해서 철이 든 아이처럼 보였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상처나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중고상점처럼 우리의 상처를 보듬어 줄 사람과 장소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중고상점은 어쩌며 우리가 바라고 있던 그러한 곳인지도 모른다.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이는 가사사기, 티 없이 맑은 나미
모든 일들을 묵묵히 뒤에서 해결하는 히구라시
이 세명의 말없는 위로가 우리를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
가독성이 좋은 소설을 찾고 있으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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