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든 생각
정말 재밌었다. 소설을 기깔나게 쓰는 이 작가는 누구인가?
조진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작가였다.
필력이 좋았다. 요즘에 고르는 책마다 가독성이 좋고
필력이 좋은 작가님들의
책을 고르는 행운이 따르는 것 같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을 고르면 한동안 나는 고생을 한다.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요즘에는 안구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안구운동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보자는 심산으로 책을 본다.
어떤 이들은 불필요한 시간이고 책을 목차만
보고 읽고 싶은 부분만 읽으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책이 공부와 같다고 생각한다.
무식하게 읽다보면 언젠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처음부터 꼼수를 부리며 책을 읽으면 좋은
독서습관을 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에 처음 흥미를 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목차만 보고
책을 읽거나 고르는 방법을 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읽었다.
책이 따로 없어서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여 읽었다.
스토리 완성도나 중간중간 들어가는 유머 섞인 문장들.
그리고 인물들의 특징을 잘 살린 대화들.
인물들의 관계나 각 인물들의 비밀과 뒷 이야기들.
책을 읽다 그 인물에 몰입하게 되는 상황이 나는 너무 좋았다.
특징이 확실한 인물들의 등장은 이 작품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해 주었다.
주변의 리뷰를 보니 오디오북으로 이 책을 보신 분들이 꽤 있었다.
궁금해서 들어보니 책보다는 오디오북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들은 뮤지컬을 연상시켰다.
노래를 잘 불러서도 있었지만 꼭 그 인물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걸을 잃어버리고 될놈될에서 안놈안으로 바뀐 로운.
얼마나 힘들었을까?
부상으로 태권도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어떻게든 아등바등하면 나간 가수 오디션에서 2등을 했지만
금세 인기는 사라졌고 겨우 차린 노래방을 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여자친구인 윤지와도 헤어져
자살까지 생각한 안놈안 로운이었다.
그의 옆에는 묵묵히 대화해 주는 율무와
장난을 쳐도 속이 깊고 눈치가 빠른 춘섭이 있었다.
어쩌면 로운의 주변 사람들이 로운을 계속 살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애증의 관계인 지화자 할머니도 빼놓을 수 없다.
로운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할머니는 로운을 내치고 싶었지만
또 로운의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로운을 감싸 안아야 했다.
춘섭은 시골에서 농부를 꿈꾸다 올라온 촌놈이었다.
막막한 서울 생활을 하면서 간신히 붕어빵집 사장이 된다.
특이한 붕어빵을 만들어 팔던 그는 끝내
SNS의 입소문을 타서 유명 붕어빵집이 된다.
그리고 이지와의 사랑도 이루어진다.
항상 서울의 달이라는 드라마를 보던
그의 모습이 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은
내가 그의 입장이 되어보아서가 아닐까?
나도 머나먼 고향을 두고 지금 타지생활을 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서울 이곳은'이라는 노래를 가끔 듣는다.
혼자 외로운 타지생활에 지쳐있던 나에게
그렇게 꽂힌 가사를 가진 노래 몇 없었다.
그런데 '서울 이곳은'이라는 노래는
내 심정을 정확히 대변해 놓았다.
서울깍쟁이들과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타지의 날씨도 사람들의 말투도
사소한 하나하나가 나에게 새롭기도 했지만
힘겹게 하기도 했다.
향수병은 없었지만 가끔은 친구들과 부모님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그래도 나도 춘섭처럼 요즘에는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나는 그들이 좋다. 어쩌면 나의 경계심을
풀어낸 몇 없는 존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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